📘이달의 단편 | 「룩 백」
🗓️절기-록 | 처서 끝의 에일리언
⛰️ 전시 추천 | 목수와 가든 디자이너의 특별전 <목어유람>
한(漢)글자 아넥도트 | 키르기스스탄 여행에서 만난 몇몇 한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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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꿍이의 말
처서 매직은 실존했습니다. 처서 이후로 습도가 낮아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더니 이번 주는 한낮에도 긴팔을 입어도 될 날씨가 됐네요. 한 계절의 시작은 지난 계절을 돌아보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구독자분들의 여름은 어떠셨나요?
🍉여름을 되돌아보며 ...
마침 뜨거운 여름과도 같은 청춘을 되돌아볼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주말 간 프리미어로 공개된 <룩 백>인데요. 등을 보다, 되돌아서 보다, 회상하다 등의 다의적인 제목이 한 시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에 응축된 작품이었어요. 단편 소설을 소개하려던 제 마음을 단편 만화로 돌아서게 한 것도 이 영화의 힘이었으니 살포시 추천 드립니다..
마침 대표님의 <절기-록>도 처서로 시작하여 지난 여름을 돌이켜 보는 글입니다. 더위 속에서 바라보지 못한 이야기를 "처리할 處. 더울 暑"라는 처서의 뜻풀이 후에 전해드려요.
메이우드 편집자가 전하는 전시 소식 코너도 돌아왔어요. 『정원의 발견』 오경아 작가님의 <목어유람>은 이번 주 금요일인 9월 6일까지 진행되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물고기와 나무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잔잔한 소개글, 그리고 키르기기스탄에서도 한자 궁리를 게을리하지 않는 <한(漢)글자 아넥도트>로 궁리함 제13통은 마무리됩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면 <궁리함에 의견 넣기> 잊지 말아 주세요.
여러분의 지난여름 이야기를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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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드릴 단편은 만화 단편입니다. 《파이어 펀치》, 《체인소맨》으로 유명한 후지모토 타츠키의 <룩 백>인데요. 영화로도 제작되어 메가박스 단독 개봉 예정인 작품을 프리미어로 보고 온 직후라 못내 뻐렁치는 마음을 가지고 이야기하게 되는 점, 유의해 주셨으면 합니다.
후지모토 타츠키의 만화라 하면 화려한 작화와 뛰어난 유머감각에 주목하여 그의 작품을 보곤 하는데요. <룩 백>은 그보단 만화의 컷과 컷 사이에 존재하는 틈인 '홈통'을 바라보게 하는 단편이기도 합니다. 후지노와 쿄모토, 만화로 묶인 두 소녀의 성장과 우정을 다룬 이야기. 라고 하면 무슨 내용인지 모르실 테지만 아직 원작과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나머지 부분은 여백으로 남겨두려고 해요. 줄거리를 조금 설명하고 앞서 말씀드린 '홈통'에 대해 몇 마디 하고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초등학교 교지에서 4컷 만화를 함께 연재하며 인연을 쌓은 후지노와 쿄모토는 함께 콤비를 결성하여 프로 만화가로 데뷔하게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덮쳐온 비극이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습니다. 후지노는 비극의 여파로 자신이 과거에 그랬더라면, 혹은 그러지 않았더라면 하는 절망과 자책에 빠지고, 닫혀있는 쿄모토의 방 문 앞에 서서 눈물을 흘리다 문틈 사이로 빠져나온 4컷 만화 한 장을 발견하는데요. 마치 미래에서 온 듯한 4컷 만화를 보곤 용기를 내 문을 열어 보게 됩니다. 그 어둡고 빈 방에서 그간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무언갈 되찾게 된 후지노.. 저는 여기서 닫힌 문 아래의 검은 틈은 4컷 만화 홈통과의 직접적인 대응물로, 서로의 상상력이 소통하며 연결되는 통로이자 시공간적 단절을 초월한 기적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곤 감격에 빠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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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 백>이 좋은 이유를 설명하려면 하염없이 길어질 것 같아 이쯤에서 마무리를 지어야겠네요.. 각종 SNS와 메신저로 그 어느 때보다 서로 연결된 세상이지만, 너무도 빽빽한 정보와 의견에 숨이 막히기도 하고 오히려 단절과 고립감을 크게 느끼는 요즘입니다. <룩 백>은 여백과 사이를 두고 정성 어린 상상력을 불어넣는다면 절망 속에서도 다시 한번 회복과 믿음이 가능 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듯 해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구독자 여러분들도 만화 한 편의 여유를 즐겨보시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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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록 (11) │ 처서 끝의 에이리언
李甲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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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유명하고 독특한 섬, 오륙도. 흐린 날에 다섯이다가, 맑은 날이면 여섯이라서 그 아름을 얻었다는 오륙도. UN기념묘지 공원 지나 바닷가로 한참을 더 가면 동해안 해파랑길이 시작하는 오륙도 선착장이 있네. 거기 안내판에 적혀 있기를, 오륙도는 남해와 동해를 가르는 기준이라네.
바다에 무슨 금 그은 건 아니겠지만 인간이 임의로 부여한 그 사실을 알고 바다를 보면 바다가 좀 달리 보이는 듯하네. 말하자면 오륙도가 남해에서 동해로 넘어가는, 동시에 동해에서 남해로 넘어가는 가파른 고개처럼 보이는 것. 그렇게 바다를 보면 오륙도에서 수평선으로 뻗어나가는 저곳의 파고가 유독 높고 물결도 엄청 사나워지는 것도 같기도 하다네.
월화수목금토일. 저 일곱 날을 한 꾸러미로 퐁당퐁당 살아가는 현대적인 사회생활도 그런 것 같네. 다 같은 날들일지라도 한 주일 안에도 고개가 있다네. 주초에서 주말로 넘어가자면 힘겨운 한 고비를 넘겨야 하네. 이를테면 열렬히 ‘불금’을 기다리는 건 그 주중의 고개를 열심히 넘어가야 맞이할 수 있기에 저지르는 마지막 동작.
요즘의 절기에 해당하는 처서를 설명하려다가 괜히 서두가 길어졌군. 처서는 24절기를 입춘부터 시작해서 헤아리면 14번째 절기. 소서, 대서의 폭압적인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서늘한 가을로 넘어가는 경계이지. 말하자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고개라는 생각이 진하게 드네. 처서라는 말의 어감도 그렇다네. 그것은 마치 드넓은 창공을 우리집 마당으로 얌전하게 구부려 불러들이고, 다시 대청 지나 안방으로 안온하게 이끌고 들어가는 시골집의 처마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네.
처서는 처리할 處. 더울 暑. 더위를 이제 처리한다는 뜻. 글자만으로 시절의 상황을 짐작 가능한 여타의 절기 이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네. 사납기 짝이 없던 더위를 잘 길들여서 내년을 기약하며 계절의 창고에 잘 보관하는 단계라 할 수 있겠네. 실제로 겨울의 맹추위를 통과해야 이듬해 봄에 씨앗의 발아가 잘 되듯, 여름 땡볕의 기운도 가을 곡식을 단단히 여물게 하는 효과가 있네. 이처럼 천하 날씨의 질서를 사람 위주의 호불호만으로 따져 평가할 건 또한 아니겠지.
그러나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올해의 여름 더위는 참으로 가공할 수준이었네. 더위는 마치 입이 아주 커다란 곤충처럼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전신을 꽉꽉 물어댔지. 유례없는 그 더위는 공중과 접촉하는 바깥의 피부에만 그런 게 아니라 입안의 혀까지 콕콕 쏘아대는 듯했네. 그런 곤충의 습격으로 사람들의 일상사 또한 많은 일탈로 내몰렸네. 말은 어눌해지고 두뇌의 회로 또한 더위 먹은 듯 작동을 멈추기도 했다네.
나는 영화를 그리 썩 챙기는 편은 아니고, 자네의 편지에 이렇다 할 대꾸를 하지 못하고 있네. 다만 요즘은 워낙 모니터가 승한 시대. 비디오 예술을 개척한 백남준이 이미 말했듯,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 그렇다면 저 구름도 너무나도 유구히 오래 응접실에 진열된 골동품. 나의 몸을 둘러싼 이러저런 사정들을 감안하면 손바닥만이 아니라 눈앞의 저 전방도 영락없이 큰 모니터 같다는 생각이 드네.
이것은 내가 마주하는 현실이 늘 누군가의 연출에 따른 잘 짜여진 각본같다는 사실로도 연결되지. 이는 한 톨의 의심도 없이 육안으로 보아왔던 저기 저 풍경이 자연과의 막힘없는 작용과 반작용이 아니라, 마치 눈썹 아래 누가 달아준 타원형의 창문으로 바깥을 기웃, 기웃거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자각을 물어다주기도 하고.
그런 생각에 미치게 되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란 이 세계를 단순히 구경꾼처럼 지나가는 과객이 아니라 이 세상의 변화에 참여하는 배우라는 생각도 드네. 실제 냉정히 관찰해보면, 인간이란 누구나 세상만사와 틀림없이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 참여형 배우. 바로 여기에 생명과 생계를 걸어야 하는 현실적 배우일세. 이는 절대적인 시간과 공간이 아니라, 상대적인 시공간에 몸을 담궈야 하는 이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자세를 요구하는 냉정한 현실이기도 하네.
예전에는 누구의 간섭이나 허락 따윈 필요없이 저마다의 육안으로 세상을 보았지. 그러나 이젠 누군가의 의도하에 편집된 세상을 겨우 본다는 느낌이 든다네. 그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느낌에 좀 고약하기도 하네만 이는 다 우리로부터 비롯된 업보이기도 할 걸세.
이런 현상이 올해만 어디 돌연변이처럼 특별한 게 아니라 어쩌면 앞으로는 항구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사태라는 것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네. 우리는 바닥에서 살고 우리가 접하는 사태는 또한 늘 바닥을 치는 법이네. 말하자면 올해의 더위는 어쩌면 그중 가장 견딜만한 더위라는 것. 그렇다면 앞으로의 더위는 어디까지 인간의 인내를 요구할 것인가.
이제 올해의 더위를 그나마 수습하고 가을로 나아갈 때, 자네 편지 몇 번 숙독하면서 문득 드는 생각 하나. 며칠 전까지 우리 곁을 달군 저 곤충, 입이 커다란 곤충이야말로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친 에이리언이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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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수와 가든디자이너의 특별전 | 목어유람
🌳메이우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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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가든디자이너, 임종기 목수를 만나러 속초를 찾아가면, 늘 두 분은 분주히 움직이고 계십니다. 시선 또한 늘 꽃과 나무와 흙을 향해 있지요. 임종기 선생님은 속초 임거목방에서 오랫동안 폐목을 다듬어 ‘목어(木魚)’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셨는데, 이번 여름, 그 목어들을 싣고 바다가 있는 속초에서 내륙인 대전으로 향하셨어요.
대전으로 간 것은 목어들뿐만이 아닙니다. 가든디자이너로 활동중인 오경아 선생님은 대전에서 목어들이 헤엄칠 ‘바다 정원’을 꾸몄습니다. 특히 해초를 닮은 식물들을 엄선하셨다고 합니다.
임종기 목수는 전 세계에서 온 다양한 크기와 색상의 폐목들을 만지던 어느날, 나무 속에 물고기들이 살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임 목수는 부지런히 나무를 잘라내고 깎아내어, 전시 직전까지 무려 300여 마리의 목어와 눈을 마주칩니다.
“물고기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겠다. 물고기는 어쩌면 경계를 상징하는 존재가 아닐까 싶다. 좌와 우를 나란히 데리고 다니는,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 깨어 있음과 자고 있음.”
-전시 오프닝 행사에서
오경아 작가는, 가든디자이너가 바다를 가꾸는 모습을 직접 그림으로 그려 전시해놓았습니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잠수복을 입은 가든디자이너가 바다의 산호를 지키는 그림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듯하여 조금은 애잔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전시 오픈을 축하하며 배동일 명창의 판소리와 강병인 작가의 캘리 작업이 이어졌는데, 오랜만에 다양한 예술의 현장에서 신선한 경험을 했습니다. 혹시 대전으로 ‘유람’ 가실 독자분들 계시면(성심당 빵을 맛보기 위해서만 대전을 가는 빵덕후들도 있다지요), 대전복합터미널에 내리셔서 DTC갤러리의 ‘목어유람’ 전시를 둘러보세요. 아담한 공간에 들어서면 바쁘고 복잡한 터미널에서 흘린 정신없는 땀방울도 곧 식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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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漢)글자 아넥도트│ 키르기스스탄 여행에서 만난 몇몇 한자
李甲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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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 짐을 꾸릴 때 마지막 고민은 무슨 책을 배낭에 넣느냐이다. 그간의 전례를 볼 때 그대로 갔다가 그대로 가져온 게 대부분이다. 그래도 어릴 적 선친한테 수없이 들은 말이 있어 책과의 동행은 불가피하다. 手不釋卷(수불석권, 손에서 잠시도 책이 떠나지 않음). 더구나 이번 여행은 오지탐험이라 통신이 두절되어 손안의 모니터는 불통을 각오해야 한다.
시집과 소설을 챙기다가 에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기하학> 교정지도 하나 넣었다. 그런데 손 가까이에 의외의 책 하나가 눈에 들어오지 않겠는가. 흔들리는 차에서 짧게짧게 보기에는 딱이겠다 싶었다. <금성판 활용옥편>. 더듬더듬 글 읽을 때마다 자주 출몰하는 모르는 한자를 이참에 대폭 걷어내자는 심사도 작용했다.
국어사전을 기역부터 읽어 나가듯, 옥편을 맨처음의 ‘한 一’부터 소설처럼 읽기로 했다. 물론 그저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어도 괜찮다. 한자를 새로 알기도 했지만, 아는 한자의 자원(字源)을 살폈다. 얕은 계곡의 개울물에 가서 반반한 돌 하나 뒤집으면 뜻밖의 세계가 펼쳐지듯, 한자 아래 숨은 의미를 캐는 재미. 몇 개를 여기에 소개한다.
*길 道. 도는 천하의 길이다. 이 길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머리(首)가 그 어떤 접시 위에 놓일 때까지 생각하고 공부하라.
*이름 名. 이름이 있어야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이름(名)은 저녁(夕)에 입(口)으로 부르는 것. 이름을 불러주면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다.
*없을 無. 무는 이 세계의 구체적인 것들이 비롯되는 시작이다. 없다고 없는 게 아니다. 없음의 모양을 잘 살펴야 한다. 본래는 인간이 신 앞에서 ‘없는 것’을 달라고 떼쓰며 조르는 것이라 한다.
*하늘 天. 천은 하늘이다. 사람의 정면을 그린 큰 대(大)위에 모자를 쓴 사람, 바로 당신이기도 하다.
*알 知. 지는 아는 것이다. 아는 것에서 힘은 나온다. 화살(矢)에서 화살이 나와 정통으로 과녁(口)을 맞추듯 너의 지식도 세상의 과녁을 정확하게 뚫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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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 斜. 삐딱함. 비스듬함. 余와 斗의 결합. 余는 삽으로 흙을 이리저리 퍼트리는 것으로 옆으로 느슨하게 늘이는 모습. 斗는 자루가 달린 국자. 언제부턴가 설렁탕, 육개장, 장터국밥을 먹을 때, 어느 순간부터 일부러 국물을 남기고 그릇을 비스듬히 기울여 먹는다. 드디어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면 마지막은 반드시 그릇째 해치운다. 한 그릇을 묵직하게 들 때, 나의 존재도 따라서 들리는 기분!
이번 여행은 키르키스스탄의 만년설 아래 고원의 호수 근처 식물탐사 여행이었다. 해발 3000미터의 고원지대에 한반도 절반 크기의 호수가 있었다.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우주에서 지구로 귀환할 때, 이 호수로 풍덩 뛰어들었다고 하는 호수. 수직의 빌딩이 무성한 도시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시선이 날카롭게 찢어져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 실감했다.
드넓은 초원에 흡사 손오공이 활개치며 놀다가 튀어나올 것 같은 민둥산. 수직이 아니라 수평의 안온함을 몹시도 진하게 느꼈다. 한해살이풀들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고, 말과 소와 양들이 풀을 뜯고, 그 광경을 돌들이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유르트(yurt)에서 나와 쏱아지는 별빛 아래 한 글자를 더 찾았다.
*신 神. 신은 번개(申)와 제단(示)이 합쳐진 글자다. 번개와 같은 불가사의한 자연의 힘을 두려워하여 제사지내는 뜻이었으나 나중에 이상한 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작용을 나타내게 되었다고 한다. 신이라고 하면 우리는 종교에 너무 압도되어 초월적인 인격신으로서의 GOD만을 생각하게 되나, 원래 신은 저처럼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가장 겸손한 모습으로 있는 한해살이풀 같은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짧은 꽃산행 여행 끝. 요약하자면 이번 여행에서 나는 길, 나무, 물, 돌, 꽃, 말, 양, 소....등등의 神들을 실컷 영접했다. 만지고, 부비고, 던지고, 깨물고, 밟으며 가지고 놀았다. 많은 神들께 공손했지만 까불기도 했다. 그리고 귀국한 날, 그간 키르키스스탄의 기름진 볶음밥에 들큰해진 입안을 설렁탕으로 깨끗이 청소했다. 말하자면 사납게 뚝배기를 그릇째 들고 걸쭉한 국물, 그토록 그리웠던 神을 배불리 마신 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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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함 제13통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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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출판 kungree@kungree.com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325-12 (10881) 031-955-9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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