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꿍꿍이의 말

👩🏻‍🏫작가의 강연│<2025년, 헌법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공부회 참여 후기

🌳메이우드

지난 3월 17일 월요일 저녁, 법조전문기자 겸 헌법학 박사인 이범준 작가의 『헌법재판소, 한국현대사를 말하다1』 출간 기념회 겸 공부회가 있어 사직동에 있는 북살롱 텍스트북을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예전 궁리 사무실이 있던 서촌을 지나가는데 고향에 온듯 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6년 전 30대였던 이범준 기자가 조금 낯설면서도 유일무이한 소재가 될 법한 ‘헌법재판소’ 원고를 들고 왔던 때가 떠올랐습니다. 보람도 많았겠지만, 오랜 시간 수많은 자료더미와 인터뷰할 인물들 속에서 때로는 고되고 외로운 작업을 이어온 그가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후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법조전문기자로 독보적인 활동을 해온 그는, 꾸준히 관련 분야의 도서 출간을 상의해오며 교류를 계속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2025년 3월, 『헌법재판소, 한국현대사를 말하다1』는 다시 소환되었습니다.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 심판을 기다리는 지금, ‘2025, 헌법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공부 주제의 무게감이 더욱 크게 와닿았습니다. 이범준 기자는 한달 전 헌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주면서, 헌법이 여타 법들과 다른 점, 헌법재판소가 생겨나던 초창기 모습들, 그곳에서 다룬 굵직한 사안들의 면면, 이번 탄핵 심판은 어떠할 것인가라는 조심스런 예측도 건네주었습니다.

곧 지난 15년간의 헌법재판소 이야기도 후속편에서 다룬다고 하니,(『헌법재판소, 한국현대사를 말하다2―극단의 시대』) 연륜과 관록이 쌓인 이범준 박사의 펜끝이 더욱 날카롭고 정교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며 돌아왔습니다.

🗓️ 이달의 단편 │<책 대 담배>

『책 대 담배』 | 조지 오웰  | 민음사

🤔꿍꿍이

• "혹시 우리가 문학 면을 읽을 거라고 생각하고 묻는 건 아니죠, 그렇죠? 어쨌거나 그 신문은 왜 우리가 12파운드 6펜스씩이나 하는 책들에 관해 그렇게 자주 떠들어 대는 거요? 우리 중에 12파운드 6펜스를 책 사는 데 쓸 수 있는 사람들은 한 명도 없어요."

한(漢)글자 아넥도트│늙을 老에 대하여

李甲洙

강원도 운탄고도 트래킹. 운탄고도(運炭高道)는 정선, 영월, 산척 일대의 석탄산업이 흥했을 때, 석탄을 운반하던 높은 길이다. 이제 거의 폐광이 된 그 길을 새롭게 단장하여 관광 트래킹코스로 거듭난 길이다. 당일치기 여행이라, 아침 일찍 청량리에서 출발해서 기차를 두 번 갈아타고 다시 택시로 이동해서 삼척의 미로역에 도착한 것 점심 무렵이다.

탁, 하면 목탁이요. 척, 하면 삼척이다. 목탁이야 모르는 바가 없고, 삼척은 제법 어려운 말이다. 삼은 석 三이고 척은 오를 陟. 산악지대의 강원도답게 산꼭대기에 걸린 정신을 좇아 높은 곳으로 오른다는 뜻인가. 그 삼척의 한 경계인 미로역에 도착했다. 오늘의 트래킹은

미로역에서 운탄고도를 걸어 삼척 시내를 통과해 내처 동해 바다까지 가는 길.

미로역은 폐역이었다. 운탄고도가 이미 폐도로임을 감안하다면 일견 당연한 일이겠다. 한때 석탄과 사람들로 북적였을 간이역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며 고느적함 그 자체로 가슴을 굳게 닫고 편안히 쉬고 있었다.

미로, 미궁을 뜻하는 迷路일까. 이 작은 마을에 아무래도 그건 아닐 것 같았다. 미로, 무슨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았지만 아무 단서는 없었다.

Q ∥ 2009년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를 펴낸 후 15년 만에 새로운 장정으로 독자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근황을 들려주신다면요? 최근 헌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A ∥ 2009년에 책이 나오고 보름쯤 뒤에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께서 ‘우리나라 헌법재판제도의 현재와 미래’라는 특별 논문을 헌법재판소 헌법실무연구회 제100회 월례발표회에서 발표하셨어요. 첫 각주에 전체적으로 참고한 책을 쓰셨는데, 선생님 책 세 권과 제 책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책이 알려지면서 일본에 번역·출판됐는데 번역자들이 자이니치라고 불리는 재일조선인 변호사였어요. 이 번역을 계기로 전에는 몰랐던 재일조선인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고, 2015년 <일본제국 vs. 자이니치>라는 책을 냈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2013~2014년 일본에 머무르면서 재일조선인 역사를 취재하기도 했고요. 이후 재일조선인 연구를 계속해 재일조선인 참정권 연구로 지난 2월에 서울대에서 헌법학 박사학위를 받았고요.

Q ∥ 사회갈등의 종착지에 헌법재판소가 있습니다. 헌재 결정에 사람들이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모습인가요? 또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헌법재판소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 헌법재판은 국민의 대표가 만든 법률을 위헌으로 선언해 폐지하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파면하는 제도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재판관 아홉 명이요. 거칠게 보면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것이지만 정확히는 민주주의를 보완하여 완성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헌법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한 정치 체제를 입헌 민주주의라고 하고, 민주적 정당성 위에 헌법적 정당성이 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민주주의 실현 요구가 커지는 것 같습니다. 시민이 자신의 의사를 밝히기도 쉬워지고 지지자를 확인하는 것도 쉬워지면서요. 그렇지만 헌법주의는 기술이 부족해 생긴 제도는 아니거든요. 국민의 즉각적인 여론과 사회의 근본적인 이념인 헌법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현대 입헌 민주주의 국가의 과제입니다.

Q ∥ 이 책을 쓰기 위해 신문, 잡지, 논문, 영상, 속기록 등 1만 장 분량을 검토하고, 재판관, 연구관, 청와대, 관련자들을 100시간가량 인터뷰했다고 제1판 서문에 밝히셨지요. 이런 방대한 치밀한 작업을 혼자 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나요?

A∥ 재판관을 비롯해 사건 관련자를 인터뷰하는 일이 핵심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요청하기 위해 관련자에 관한 거의 모든 자료를 찾아 읽었습니다. 이 부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주변 증언도 청취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인물을 절실하게 만나고 싶어집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인터뷰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의외로 대부분 재판관이 인터뷰에 나서주셨습니다.

그때는 아직 젊어서인지 혼자서 계속 읽고 쓰는 게 꽤 외로웠습니다. 하루 내내 한마디 하지 않고 읽고 쓰는 것도 일이었지만, 모든 상황을 혼자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점도 힘들었고요. 그 무렵 시작한 커피와 달리기로 버텼는데, 여전히 커피와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Q ∥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의 후속편을 집필 중이신데요. 이번에 펴낸 제1권은 ‘불의에 맞선 칼날’이라는 부제를, 제2권 후속편에는 ‘극단의 시대’라는 부제를 달았습니다. 후속편에서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2009년에 출판한 『헌법재판소, 한국 현대사를 말하다』에서는 재판소의 1988~2006년 18년 역사를 다뤘습니다. 그다음 헌법재판소 역사는 나 아닌 다른 누군가 쓰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기록한 헌법재판소 역사를 읽어보고도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2006~2024년 18년이 지나는데도 헌법재판소 역사를 쓴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저에게 제2권을 쓰라는 얘기를 많이들 했습니다. 처음에는 주저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 사이 저 자신도 이미 다른 사람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년에서 중년이 되었고, 문학을 전공한 기자에서, 헌법을 전공한 연구자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제2권은 다른 사람이 쓰는 것이 될 수 있겠다 싶어 마음먹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