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인 2024년은 4년마다 돌아오는 윤년입니다. 2월에 하루가 추가되어 29일이 말일인 해인데요. 평일 하나가 추가되는 것(!) 외엔 딱히 다른 의미는 없다고 합니다. 그와 달리 음력으로 달 하나가 추가되는 윤달에는 귀신이 활동하지 않아서 결혼, 이사, 장례 등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시기였다고 해요. 또는 감시하는 신이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불경스러운 일을 해도 벌을 피할 수 있다는 말도 있고요. 비록 윤달은 아니지만 4년 만에 만에 돌아온다는 2월 29일에 각자 즐겁고 재밌는 의미를 담아보면 어떨까요? 어쨌건 하루를 더 벌었다고 생각하면서요. 저는 구독자 여러분을 다시 만나는 기쁜 마음을 궁리함에 담아 전해드립니다♥️
💌궁리함은 더 풍성한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3월부터 넘겨보는 수학 달력 이야기로 시작해서 궁리의 구간을 살펴보는 '꺼진 구간 다시 밝히기' 코너와 영화 <패터슨>이 등장하는 편집 후기, 거기다 "한자 붐은 온다!" 한자를 사랑하시는 이갑수 대표의 참전(?)으로 제2통이 담은 지면이 가득해져 배치와 편집에 고민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레터, 글과 컨텐츠로만 채우지 않고 이벤트 상품 소식까지 가져왔으니 많은 분들의 신청 부탁드립니다🙏
꿍꿍이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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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시작하는 달력을 아시나요? | 『365 너의 수학력을 응원해』
장석봉 엮음 | 궁리
🤔꿍꿍이
👀이번 신간은 아주 특별한 책이라서 구독자분들에게 이야기해 보고 싶었어요. 담당 MD분들과 미팅을 다녀봤는데, 처음엔 특이한 점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365 너의 수학력을 응원해』가 3월부터 시작하는 달력이라는걸요.
때는 작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쟁쟁한 일력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였고 궁리만의 일력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때였습니다. 시중에 존재하지 않는 수학 일력을 준비했는데 출간 시기가 문제였습니다. 그때 '어느 누군가'의 결정적인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일본은 11월로 시작하는 달력이 대박을 쳤다! 우리도 고정관념을 깨보자!! 반신반의했지만 정말로 11월에 시작하는 달력이 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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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시나요? 대박 친 달력은 아니고 지역 축제일에 맞춘 달력을 상점에서 특산물과 함께 판매하고 있더라구요. 하지만 선발주자가 있다니, 왠지 마음이 편해지잖아요. 더 찾아보니 일본은 제1학기가 시작되는 4월에 맞춰 4월 시작 달력 상품이 많았습니다.
한국이라고 신학기 달력이 없으리란 법은 없죠.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국내 최초! 신학기부터 일 년을 넘기면 (거의) 모든 교과과정 수학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수학력을요. 조금 흥미가 생기셨을까요? 생기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나 새해 결심이 무너진 분들에게 신학기 봄날 새결심을 세우기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구독자님들!!! 🤔혹시 조카나 자녀가 있으실까요..?? 🙃수학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죄송합니다.. 그럼 지나친 홍보는 이쯤에서 그만하고 이벤트 소식 남기고 가겠습니다!
[『365 너의 수학력을 응원해』 보기]
🚨이벤트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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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읽는 책 한 쪽📄 | 『관계의 수학』
권미애 수학산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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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내 눈에 가장 처음 들어온 수는 ‘5’였다. 아들을 귀하게 생각하던 집안에서 남동생이 태어나며 여기저기서 들리는 얘기는 “진짜가 태어났어. 이제 가족이 모두 다섯이네.” 하는 것이었다. 어린 내 눈에 비친 5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때까지 5가 존재했던 세상을 몰랐던 나는 이 수를 두 번 세 번 더하며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은 늘 바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혼자만의 수학의 세상에 빠질 수 있었다. 그곳은 수학이 만들어준 놀이터였다. 달력과 시계, 소꿉장난을 할 수 있는 부엌살림, 그릇과 조리기구 등이 내가 이 세상과 소통하며 놀 수 있는 도구였다. 부모님 없이도 든든하고 편안했다. 물론 언니나 남동생이 함께하지 않아도 두렵지 않았다.
일곱 살이 되던 해 나는 남들보다 좀 이른 나이로 입학을 해야 했기에 외가댁에서 학교를 다녔다. 부모님이 나를 만나러 오는 기간은 일주일, 그때부터 ‘7’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7은 나에게 기다림의 수였다. 기다렸던 만큼 이 수는 눈물의 수가 되기도 했다.
수학은 어린 시절 나에겐 혼자만의 세상에서 즐기는 놀이로, 이후에는 새로운 세상을 찾아가는 경이로움을 깨닫게 한 도구가 되었다. 결혼을 하고서는 이미 진행 중이었던 나를 찾는 여정으로 수학을 다시 만났다.
내 주변에 수없이 그려진 크고 작은 원을 바라보며 중심과 반지름에 집중해본다. 그 원은 자식과 남편, 엄마, 학생 들이다. (…) 중심이 하나인 원이 수없이 많은 원을 낳는다. 사랑에서 시작된 관계의 동선은 그 누구와도 일치하지 않는다. 다만 공통인 교집합이 있을 뿐이다.
수학은 나에게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았다. 정보만을 주지도 않았다. 가끔 터지는 호기로움을 자극했으며, 내면을 다지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게 했다. 때론 친구가 되었다. 이만하면 삶은 살 만하지 않은가. 긴 시간 수학과 함께하며 삶에서 관계나 가치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함수나 도형을 적용한 관계를 생각하며, 중심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정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감정도 내가 중심이 되어 표출하는 순간 과하게 아파지거나 증오의 감정으로 흐른다.
변수 가득한 타자의 세계에서
나라는 미지수를 구한 여정,
『관계의 수학』이 3월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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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수학이 보이는 바흐의 음악여행』 저자 인터뷰
Q. 시리즈 네 번째 편이자 마지막을 장식하는 주인공은 바로 음악가 바흐입니다. 어떻게 바흐 편을 기획하게 되셨나요?
A. 음악 속에 숨어 있는 수학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해왔었어요. 그런데 참 쉽지가 않더라구요. 순정률, 평균율, 피타고라스 콤마와 같은 용어에서부터 거부감이 느껴져서 몇 번이나 포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보며 다시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바흐는 음악의 시작이자 끝이다. 바흐의 음악만 있으면 세상의 모든 음악을 복원할 수 있다.’라는 주인공 이학성의 말을 듣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거 같았어요. 그리고 원고를 쓰며 알게 되었어요. 4권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바흐’였다는 걸요. 건축과 미술, 문학을 넘나들던 ‘예술 너머 수학’ 시리즈에 비로소 완벽한 마침표가 찍히는 기분이었습니다.
문태선 작가의 인터뷰 전문을 확인하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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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漢)글자 아넥도트 │ 배울 學에 대하여
李甲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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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은 매우 복잡한 글자이다. 우주의 보배, 동양 정신의 젖줄이라는 논어는 학으로 시작한다. 배운다는 말. 그냥 아무 맥락이 없는 건 절대 아니고 첫 글자에 학을 선정하고 배치한 건 매우 뜻깊은 편집이다.
학. 배운다는 뜻. 배운다는 건 모르는 영역에서 앎의 영역으로 옮기는 것이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어도 이는 어마어마한 일이다. 별에서 태어나서 먼지같은 저 별에 가기까지 사람이 해야할 일은 오직 그뿐. 아는 것에도 여러 층위가 있다. 같은 사물, 같은 사실도 작년 다르고 오늘 다르지 않은가. 산에 오르는 높이만큼 풍경도 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학은 머리가 큰 가분수의 학동을 생각나게 한다. 학이란 글자를 보면 사람의 아들(子)이 매우 큰 지게를 짊어지고 있는 형태이다. 논어 태백편의 한 구절처럼, 임중이도원(任重而道遠/임무는 무겁고 길은 멀다). 사이후이(死而後已/죽고 나서야 그만 둘 수가 있구나), 사람된 자의 운명과 그 책임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글자가 아니겠는가. |
죽음을 치러내지 않는 안방이 없고, 무덤 하나 없는 산도 없는 법. 욕지는 欲知라 쓰고, 통영에서 가까운 섬이다. 지난 주말, 이른 봄꽃 소식 찾아 갔더니 꽃은 아직 이르고 아담한 마을 뒷산에서 이런 스러져 가는 무덤 하나 만났다. 봉분은 허물어져 평토에 가깝고, 땅에서 막 솟아오르는 돌에는 콩짜개덩굴이 다닥다닥 싱싱했다.
그리고 무덤가를 지키는 외로운 묘비석. 비바람에 씻겨 닳고 닳아도 망인(亡人)이 돌에 새겨 남긴 뜻은 곧고 정하다. 學生光山金公之墓. 학이란 글자를 앞장세우고 지하로 들어가셨다.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접착제 같은 한 글자, 學. 아아, 아직도 못다 한 공부 있어, 지하에서도 그 배움의 끈을 놓치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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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구간 밝히기 │ 『어린이 호스피스의 기적』
이시이 고타 지음 | 정민욱 옮김
🦆더기
지난 2월 15일은 ‘세계 소아암의 날’이었습니다. 사실 저나 제 주변에 직접 관련 있는 사람이 없어 그동안 와닿지 않은 날인데, 3년 전부터 이날이 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어린이 호스피스의 기적』 속 인물들에요. 몇몇의 이름과 사진만 원고를 통해 보았을 뿐 실제로 만난 적도 없지만, 2월이면 항상 기억에 남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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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최초의 어린이 호스피스를 짓기 위해 분투한 사람들을 만나온 저널리스트의 기록입니다. 소아암과 난치병에 걸린 환자와 그 보호자, 의료진, 교사, 기업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어린이 전문 완화의료팀이 결성된 건 2009년, 전용 병실이 생긴 건 2012년입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병원 안에서의 이야기이고, 재택의료 중인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호스피스 시설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 4월, 오사카시 공원 한편에 2층 목조건물로 이루어진 ‘쓰루미 어린이 호스피스’가 개관합니다.
이곳은 의료시설이라기보다는 장난감과 악기, 그림책이 가득한 레저시설에 가까운데요. 완공까지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어요. 어린이 완화의료센터는 병원과 의료진이 포기한 아이가 간다는 당시의 인식부터 난관이었습니다. 또 방대한 환자 수로 운영되는 성인 호스피스와 달리, 도저히 수익 구조를 낼 수 없어 민간 시설로 지어야 하는 어려움, 이에 따른 자금 조달과 직원 모집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지요.
책을 만드는 내내 이곳을 만들고 이용하는 이들을 보면서 뭉클하면서도, ‘아, 국내에도 이런 시설과 시스템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 하는 짙은 아쉬움과 부러움이 함께 들었습니다. 그때 서울대어린이병원이 넥슨재단 및 보건복지부의 지원과 기부로 국내 첫 어린이 완화의료센터를 준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3년 11월 1일, 드디어 센터가 개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정말로, 너무나 기뻤습니다! 이름은 ‘도토리하우스’라고 하네요. 도토리하우스는 국내 최초 독립형 어린이 단기의료 돌봄센터로,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를 위한 공간이 되어줄 곳입니다.
지친 환자가 아닌 명랑한 어린이로 돌아올 수 있는 도토리하우스와 국내 소아청소년 완화의료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라봅니다. 더불어 『어린이 호스피스의 기적』도 꼭 읽어봐주시기를요!
[도토리하우스 인스타그램 보기]
[『어린이 호스피스의 기적』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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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후기 | 『수학이 보이는 바흐의 음악 여행』과 영화 <패터슨>
🏺비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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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들다 보면 곧잘 다른 책, 다른 영화로 건너가곤 합니다. 문태선 저자의 『수학이 보이는 바흐의 음악 여행』을 편집하면서 저는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 〈패터슨〉이 불현듯, 자주 떠오르곤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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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입니다. 아침 6시 13분, 15분, 그즈음 알람도 없이 일어나 출근하고, 버스 운전을 하고, 오후에 집에 돌아와서는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것으로 일과를 마무리합니다. 어제와 오늘이 별일 없이 똑같아 보이는 일상이지만 매일매일이 다릅니다. 거리에서, 그의 일터인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 그들의 소란과 이야기는 매일 다릅니다. 운전대를 잡기 전에 노트에 시를 쓰고, 시어를 붙잡고 거리를 걷는 패터슨의 모습은 어제와 오늘이 비슷해 보여도 그가 만든 시의 넓이와 깊이는 어제와 조금씩 달라져 있습니다.
패터슨의 주변에는 닮은 것들이 많습니다. 아침에 동그란 링 모양의 시리얼을 먹는 그의 모습 뒤로 아내가 정성스럽게 만든 동그란 링 모양 패턴의 커튼이, 링 모양 패턴의 조명갓이 보입니다. 매일 쌍둥이들도 그 주변에 스쳐 지나갑니다. 겉모습은 물론이고 유전자 지문까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들이지만 그들의 삶은 전혀 다를 것입니다. 일상은 반복되지만 그 반복의 기쁨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한 우리는 매일매일 작은 차이들을 만들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것이 아닐까요.
『수학이 보이는 바흐의 음악 여행』, 이 책을 쓴 문태선 저자의 안내를 받으면서 저는 ‘반복과 변주’라는 말을 자주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바흐의 곡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함께 듣곤 했습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하나의 주제곡을 30개의 변주로 작곡한 유명한 곡인데요, 여러분도 계시는 곳에서 여러분의 주제를, 반복하고 변주하며, 하루하루 지내고 계시길 바라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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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출판의 새로운 소식, 궁리함 제2통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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