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이 길어진다는 춘분(春分)이 지나 출퇴근길은 밝아졌지만, 연일 흐린 날씨로 봄날은 아직 어두운 요즘입니다. 메일이나 편지에 쓰기 좋은 문장이라 생각하며 문득 궁금해지는데요. 구독자 여러분은 평소 절기를 의식하며 살아가시나요? 저는 절기를 다 알지도 못하고 딱히 의식하며 살아가지는 않지만, 절기가 없다면 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내기 힘든 세상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절기로 궁리함의 서두를 연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새로운 코너를 소개하기 위해서인데요..🥁
<한(漢)글자 아넥도트>로 첫인사를 남겼던 이갑수 대표가 이제는 신입사원과 절기를 주제로 서신교환을 나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될는지, 얼마나 가볼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지, 앞으로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날씨 이야기는 우리가 매일 나누는 아주 소중한 주제니만큼 적어도 할 말이 떨어지진 않겠죠? 본인을 충고하는 꼰대로, 신입은 도발하는 젊은이로 콘셉팅 하셨는데, 그게 계획대로 흘러갈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신입의 답신은 2주 뒤에 찾아옵니다. 달에 한 번씩 발송되던 궁리함이 2주 간격으로 찾아간다는 소식이기도 한데요. 가벼운 전단지처럼 휘릭하고 방문할 예정이니 슬쩍 들춰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서신의 이름은 <절기-록>입니다. 본격 날씨 서간 시리즈! 대표와 신입의 아이스 브레이킹 서신교환! 그 첫 번째 편지,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벤트 선물 공개와 신간 『관계의 수학』 권미애 저자 인터뷰 소식도 놓치지 마세요!
꿍꿍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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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한 시간에 일로 서로 머리 맞대다가 이렇게 전혀 다른 얼굴로 윤기씨 이름을 불러보니 낯설기도 하네. 이렇게 새삼스럽게 윤기씨,라 이름 부르는 건 얼굴 안에 가까이 있으면서 서로 보지 못하는 왼쪽 귀와 오른쪽 귀처럼 지내지 말고, 어떻게 살아있음의 한 지형도를 그려보고자 함이네. 그리하여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우리가 통과하는 시대의 여러 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름 나누어 보고자 함이네. 어찌 보면 지금 우리가 함께 몸담고 있는 출판이란 게 공중에 흩어져 떠돌아다니는 생각을 말로 정련하고, 그 말을 글로 받아적고, 그중에서 남길 만한 글을 책임 있게 받드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걸세.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냥 무심히 지나친 뒤 나중에 그걸 알았다면 퍽 억울할 일. 그것은 평생을 사는 동안 고개를 한 번도 들 줄을 몰라 저 하늘을, 저 별을, 저 달을 모르고 지내는 것과 같은 경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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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사람살이의 바탕이 되는 날씨에 대해 적잖은 관심이 있었다네. 날씨를 지붕 너머에서 방문한 손님처럼 생각하여 날氏라 표기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 사는 동네를 좌지우지하는 키다리 아저씨 같다는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지. 그리고 언제부턴가 서양 것들이 우리 삶의 한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의 기후의 지표인 24절기를 모르고 지냈다는 생각도 들었지. 이는 비닐장갑을 끼고 악수하는 것처럼 생의 절실함을 모른 채 삶과 유리된 상태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삶의 감각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건 아라비아숫자로 표시되는 하루하루가 아니라, 입춘과 경칩에서 시작하여 대한 소한으로 한 바퀴 돌았다가 다시 꼬리를 물려 순환하는 저 절기들이란 생각이 더욱 들었지. 그러나 세상은 힘이 세서 저 절기를 뒤집어쓴 채, 하늘 아래에서 사는 바의 의미, 공중과 몸 섞어 가면 산다는 현상을 잊지 않으려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네. 이제 그 날씨를 바탕으로 우리가 사는 동안의 형평과 그 살림살이를 짚어보고, 이 가혹한 시대를 그런대로 고민과 나름의 대안을 모색하는 삶을 관찰하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늘 바탕에 두고자 하는 주제 중의 하나는 날씨라네. 그리고 그것은 달력이 아니라 삶의 감각, 생의 기미를 은근하게 붙잡는 24절기를 배경으로 두어 몸에 맞는 옷처럼 꽉 껴입자는 뜻도 세웠네. 우리가 이 편지를 기획하면서 가장 염두에 둔 건 24절기의 운행을 새롭게 환기해 보고자 함이었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오랜 문장에 인간은 날씨의 아들이라는 한 구절을 덧붙이고 싶다네. 혼자 살지도 못하지만 자연의 손바닥을 벗어나지도 못한다네. 이런 처지에서, 인간의 환경을 고려하면서 이제껏 살아오면서 사실 날씨는 그리 큰 변수로 생각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네. 얼핏 떠오르는 건 어린 시절의 큰 행사인 소풍이네. 다행히도 내가 다닌 초등학교 때나 중학교 때의 소풍에서 비 맞고 고생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 만약 비를 맞았더라면 더욱 기억에 남았을 텐데, 그런 기억이 없는 걸 보면 기적적으로 용케 비 오는 날은 피했던 것 같네. 나는 비에 대해서도 참으로 고마운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 이야기는 24절기의 우수(雨水)가 당도하면 그때 보따리를 풀어놓도록 하겠네.
막상 따지고 보면, 사람이란 사는 동안, 단 한 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법이네. 잠시의 지체나 간단(間斷)없이 각자의 자리에 도착했지. 그 누구도 예외 없는 자명한 사실이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나는 어느새 생의 반 고비를 이미 지났고, 제대로 이룩한 일 없이 진한 아쉬움과 회한 속에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네. 그렇지만 거기에 매달리기에는 너무 시간이 아깝고, 남은 시간을 측정할 정도의 요량은 있는지라, 이제 나의 여생만큼은 아주 이기적으로 살아야겠노라 다짐하는 편이지. 아무튼 젊은 자네와 늙은 꼰대의 편지 교환을 시작하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네. 어려운 출판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는 윤기씨한테 또 하나의 짐을 주는 것도 같지만 아무튼 주저라고는 한 톨도 없는 과감한 도발을 기대하고 있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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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장 건강으로부터 | 『장 건강과 면역의 과학』
🤔꿍꿍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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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구독자분께 이벤트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말씀드렸던 틴케이스와 프리미엄 소포장 쌀 그리고 화제의 신간 『장 건강과 면역의 과학』인데요. 이 책은 최근 급부상한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 이론의 주요 저서이자, 장이 민감한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정보가 많아 저 역시도 공감하며 읽고 있는 도서입니다.
우리 몸이 뇌-장-미생물 축을 따라 양방향 대화를 하며, 우리의 건강과 감정이 미생물의 안위에 따라 달라진다는데요. 섬유질이 없는 음식을 먹으면 영양소를 전달받지 못한 대장 미생물들이 괴롭다는 신호를 보내온다고 합니다. 배달 음식을 먹고 나면 뭔가 기분이 꿉꿉한 것이 그 때문이었을까요? 미생물아 미안해😢 줄어든 통장 잔고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위안이 되기도 하면서 새로운 죄책감이 드네요..
그래도! 당첨자분께 보내드리는 이천미감 추청쌀에는 섬유소가 풍부하여 미생물이 기분 좋은 신호를 보낼 거라 자신하는 바입니다. 뭣보다 궁리함 이벤트 첫 당첨자시니 받아보시고 행복하셨으면 하는 마음이 큰데요. 아직 기회는 열려 있으니 다른 구독자분들도 의견 넣기 해주시고 도전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몸이 이렇게 작은 존재들과 긴밀하고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평소 신경 쓰지 않는 얼마나 많은 것들과 우리가 연결되어 있는지 아득해지기도 하네요. 일단 미생물에만 신경을 써도 달라진다는 사실이 위로라면 위로일까요? 그래도 이제 주말입니다. 모두 미생물과 함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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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관계의 수학』 저자 인터뷰
Q. 안녕하세요. 궁리 독자들과는 처음 만나시는데,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궁리를 사랑하고 궁리의 철학을 한없이 동경해 온 궁리의 독자였습니다.
길 위의 수학자이기를 꿈꾸며 오랜 시간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배움의 근원을 찾아가던 중, 궁리와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책을 읽고 토론과 나눔을 하며 삶에서 ‘나’를 찾는 여정에 있습니다. 어느 날 아이와 함께 걷던 산책길에서 세 잎, 네 잎 클로버에 감탄하며 행복이 행운을 안고 숨죽이며 기다려온 것을 깨달았어요. 일상에 퍼져 있는 근원, 경계 등의 단어를 사랑합니다. 단어에 집중해 에너지를 느끼고 매일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일상의 경이를 수학으로 포착한 에세이, 『관계의 수학』
권미애 작가의 인터뷰 전문을 확인하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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