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추천도서 | 더워서 고른 책들
🎞️이달의 영화와 만화 | <F1 더 무비> & 『100미터』
한(漢)글자 아넥도트 | '빌 공(空)'에 대하여
🎁펀딩 예고 | 『횡단, 한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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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꿍이의 말
본격 무더위가 시작된 7월입니다.
지난주엔 구독자 여러분의 안부가 걱정될 만큼 폭염이 이어지더니, 이젠 장마 소식까지 들려오네요.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만큼 덥고 습한 여름, 여러분은 어떻게 버티고 계신가요?
이번 레터는 그 더위 속에서 골라낸 책과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비블리오마미의 추천도서 코너에서는 '더워서 고른' 문학 책 두 권, 이달의 작품 소개 코너에선 시원하고 뜨거운 레이싱 영화와 만화를 가져와봤어요. 이 작품들만 다 봐도 7월이 금방 지나갈 거라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없을 무無'와 '빌 공空'의 차이를 짚는 <한글자 아넥도트>와 깜짝 펀딩 소식까지, 제30통도 많이많이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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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추천도서 | 더워서 고른 책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마쓰이에 마사시 | 비채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 페터 회 | 마음산책
👩🏫비블리오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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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들어 더욱 무덥고 습한 날씨에,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들어가게 하는 듯한 책들을 골라봤습니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는 몇 년 전 건축 분야 필자인 최우용 선생님이 추천해준 책입니다. 작가가 편집자 출신이어서 더욱 관심이 갔는데요. 시대의 흐름에 흔들리지 않고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건축을 구현하려는 건축가 무라이 슌스케, 그리고 그의 설계 사무소에 합류하게 되면서 건축을 향한 노력과 좌절 등을 경험하는 주인공 ‘나’. 여름에만 사용하는 일본 교외의 사무실 공간(여름별장)에서 나누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상사와 부하가 아닌, 멘토와 멘티의 대화처럼 아주 나지막한 톤으로 이어집니다. 여름별장과 그 주변 자연의 모습, 그리고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의 묘사들을 보면서 작가가 참으로 섬세한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흡이 짧은 콘텐츠들이 대세인 요즘, 무언가를 천천히 하고 싶은 분들에게 제격입니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순전히 너무 더워서 고른 책입니다. 물론 이 책도 천천히 읽으며, 덴마크의 차가운 겨울, 특히 눈에 대한 묘사나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 좋습니다. 덴마크인 아버지와 그린란드 이누이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스밀라는 덴마크 사회에서 이방인 같은 존재로 지냅니다. 그러다 이웃에 사는 이사야라는 소년의 죽음을 둘러싸고 경찰이 실족사로 결론을 쉽게 내리자, 직접 자신이 그의 죽음을 파헤치게 됩니다. 여러 사람들과 장소들을 마치 탐정처럼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관찰해나가는데, 시원한 추리소설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북유럽 특유의 차분함, 눈과 얼음이 주는 청량함을 동시에 느껴보는 시간이기도 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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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의 영화와 만화│ <F1 더 무비> & 『100미터』
🤔꿍꿍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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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장소에 묶여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걸을 수 있고, 떠날 수 있으며, 도달할 수 있다.”
- 리베카 솔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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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소개는 누가 가장 빠른지 겨루는 레이스의 열기로 가득한 작품들입니다. <F1 더 무비>는 지난 6월에 개봉하여 이미 많은 분들이 보셨을 텐데요. <탑건: 매버릭>의 감독과 브래드 피트가 만나 기대와 관심을 끌어모은 만큼 현재까지도 박스 오피스 순위 1위를 달리고 있네요.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F1'을 경험하곤, 전설적인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의 다큐멘터리와 넷플릭스 시리즈 <F1, 본능의 질주>를 정주행하며 OTT 플랫폼에서 중계하는 2025 F1 경기를 볼 정도로 F1에 빠졌는데요. 예전이라면 빠른 자동차는 빠르군 하며 무감흥으로 지나쳤던 경기가 드라이버들의 피나는 훈련과 피트 크루들의 긴장감, 감독들 간의 신경전과 정치적 술수들까지 선명한 해상도로 보인달까요. 물론 <F1 더 무비>는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만 극장에서 한 번 더 재관람할 정도로 'F1'은 제게 매력적인 스포츠가 되었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왕년엔 F1 루키, 현재는 트레일러 떠돌이 신세로 드라이버 용병을 하는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입니다. 그는 친구의 권유로 F1 최하위 팀의 드라이버로 합류하게 되는데요. 처음엔 모두에게 무시당하지만 예의 시답잖다는듯한 카우보이 미소와 실력으로 팀 내 입지를 다지곤 팀 메이트 루키 드라이버인 조슈아와 여봐란듯이 경쟁하는 헤이스. 그런 그를 조슈아는 꼰대라며 견제하다가도 되려 가르침을 받고 성장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함께 달리며 성장하게 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이지만 그 과정엔 수많은 마찰과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F1에서는 매년 수많은 사고가 일어나며 무척 치명적인 사고도 종종 발생합니다. 그런데도 왜 그들은 달리는 걸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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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달리며 반목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로는 우오토 작가의 『100미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인생의 모든 문제는 100미터만 빠르면 된다는, 다소 발칙한 도발을 던지며 시작되는 작품인데요. 100미터 달리기 선수들이 고민하는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란 질문이 끊임없이 제기되며 단순한 빠름을 견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발견하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하는 재미&감동이 있었습니다. 딱히 작가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았어요. 브루노 라투르를 바꿔 인용하자면 '우리는 고정된 자아가 아닌, 이동하는 경로'라고 말하는 듯이요.
구독자분들도 무더위에 뛰진 못해도 위 작품으로 뜨거운 레이스를 경험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답이 없는 세상에서 여러분만의 움직임으로 길을 찾아가시길 바라며 이번 소개 코너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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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漢)글자 아넥도트│'빌 공(空)'에 대하여
李甲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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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에는 동그라미가 없다. 영어에는 오(O), 한글에는 이응(ㅇ)이 있다.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당히 비중있게 활약한다. 한자는 제자 원리가 몇몇 있지만 그 기본은 이 천하 만물을 그림처럼 묘사하는 것이다. 나무를 木, 산을 山, 달을 月로 표기하는 식이다.
우리 사는 세상이 운영되는 원리와 존재하는 사물의 형성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나무, 산, 달을 보라. 계절과 시간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직선이 있다면 그것은 거대한 곡선의 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세상의 직선, 그건 나의 눈으로 담기에는 내가 너무 작아서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인 것이다.
왜 한자에는 동그라미가 없을까. 여러 가설이 있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고 진시황 무렵 한자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동그라미가 모두 네모로 바뀌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 받은 상장에는 이런 상투적인 글귀가 있었다. “위의 학생은 품행이 방정하고....” 이때 방정하다는 건 ‘말이나 행동이 바르고 점잖다’는 뜻도 있지만 ‘모양이 네모지고 반듯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둥근 지구, 천동설이 아닌 지동설에 대한 지식이 확립되지 못한 시기에 우주관은 천원지방(天圓地方)이었다.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것. 세상을 묘사한 한자가 궁극적으로 여기에 적극 호응한 것이기도 하지만, 굴러가기 쉬운 한자의 뜻을 네모로 확실하게 붙들어 명확한 언어로 만들려는 의지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
수학에도 비슷한 기호가 있다. 수학이 어려운 건 거대한 세계를 상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라비아 숫자에서 영, 제로의 (0)의 등장은 인류의 문명을 뒤흔든 대단한 발견이었다. 제로의 발견, 이는 없음의 발견이라기보다는 비어있음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추상성을 획득하면서 인간은 넓이보다 훨씬 거대한 깊이의 세계에 도달하였다.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빌 공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자 空은 비어있음을 뜻한다. 空=穴+工인데, 여기서 工은 소리를 나타낸다. 말하자면 텅 빔에서 구멍(穴)을 발견하는 셈이겠다. 비어있다는 건 감각적으로 없다는 것이다. 빌 공(空)과 없을 무(無)와는 분명히 다른 세계. 이 차이만 분명히 알아도 어른이 된다.
눈앞의 공중을 본다. 없는 공중이 아니라 텅 빈 공중. 이는 공과 결합한 가장 아름다운 단어이다. 항상 저기 앞에서 나를 품어주고, 나를 가능케 하는 것도 이 공중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중(中)은 ‘가운데 중’이기보다는 ‘적중할 중’으로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비어있음이 여일하게 정확하게 적중한 곳이 공중이 아닌가. 숨 막히도록 전신을 꽉꽉 물어대는 커다란 곤충처럼 무섭도록 무더운 더위도 여기에서 나오는 것.
표기하면 미세하게 차이가 나는 오(O), 이응(ㅇ), 제로(0)를 본다. 이 우주의 기본 중의 기본인 폐쇄된 동그라미. 이 무심한 기호는 안과 밖을 나눈다. 바깥이 무한하게 넓다면 안으로는 무궁하게 깊다. 이런 추상의 기호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빌 공(空)!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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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예고했던 『횡단 한국사』가
곧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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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출판 kungree@kungree.com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325-12 (10881) 031-955-9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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