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에서 만난 작가 | 『청소년을 위한 과학혁명』 저자 인터뷰
🏡이곳을 다녀왔습니다 | 옥란재, 무수한 시간의 손길이 닿아있는 곳
🗓️절기-록 | 새로움에 대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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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꿍이의 말
새소식입니다. 다름 아닌 궁리의 새로운 세입자 이야기인데요. 저희 건물 입구 바로 위에 산비둘기가 집을 지었어요. 처음에는 조류 공포증이 있는 직원들이 있어서 둥지를 치우고 조류 방지 요철을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왠일?? 이 비둘기는 아랑곳 않고 요철 위에 다시 둥지를 만든 집념이 강한 녀석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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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직원들은 다시 궁리해보았습니다. 비둘기의 천적인 맹금류를 고해상도로 출력하고 배경을 오려낸 사진을 주변에 배치했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독수리를 붙이는데, 저는 비둘기가 인상을 구기고 위협적인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어요..
찾아보니 상가나 시장 같은 곳에 산비둘기가 둥지를 지으면 길조로 생각하고 돌봐준다는 기사가 여럿 있더라구요. 한사코 입구를 떠나지 않는 걸 보면 좋은 일을 불러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전하는 하늘의 뜻이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결코 비둘기에게 쫄아서 그런 건 아니구요🤐
🐦️새로운 소식이 이어집니다.
『휘어진 시대』로 롯데출판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한 남영 작가님의 청소년 도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아래 인터뷰에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 이번 도서는 어떤 포인트로 읽어나가야 하는지, 거기에 더해 독서와 교육에 대한 교수님의 통찰력 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편집자 메이우드가 다녀온 아름다운 공간 이야기를 보시면 레터를 읽으며 잠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껴보실 수 있을 거예요. 대표님의 끈덕진 한자 사랑 에세이와 마케터의 '절기-록' 답신까지 이어지는 스크롤을 멈추지 말아주시길 새 이야기로 시작해서 새 이야기로 끝나는 새로운 궁리함 6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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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작가│『청소년을 위한 과학혁명』 저자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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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3년에 펴낸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휘어진 시대』(전3권)가 샤롯데출판문화대상에서 대상을 받는가 하면, 과학을 좋아하고 과학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전폭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태양을 멈춘 사람들』도 소환되어 함께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요. 2024년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5년여의 긴 여정이었던 『휘어진 시대』를 작년 4월에 출간한 뒤 의도적으로 많이 쉬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히 “아, 무리했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러던 중 들려온 큰 상의 수상 소식은 개인적으로 큰 보람과 위안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영광이었고 한편 부담이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면서 이제 좀 더 신중하고 책임감을 느껴야 되겠구나 하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23년이 그렇게 큰 정리의 한해였다면, 올해는 새로운 시작의 해가 된 듯합니다. 제가 재직 중인 대학에서도 이제 교육과정의 대대적 개편을 앞두고 있어 새로운 업무가 늘어나 있습니다. (...) 저도 관련한 주제를 더 깊게 공부해야 할 시점입니다. 올 한해 참고문헌들을 탐독하면서 최근의 과학기술 경향에 대해 다시 살펴보고, 새로운 책을 쓸 힘을 비축하는 생산적인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그간 성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책을 출간하시다가 이번에 『청소년을 위한 과학혁명』을 쓰셨습니다. 독자 대상이 달라지면서 글쓰기에 어떤 변화나 다른 점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A. 청소년용의 책을 기획하면서 분명히 전작들보다 ‘좀 더 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문장도 짧게 다듬는 과정을 오래 가졌습니다. 하지만 목표만큼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웃음) 이번에도 언제나 저의 책 쓰기 기본 방침이었던 “과학의 본 모습이 왜곡될 정도로 단순화 시키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명확히 가지고 썼기 때문입니다.
특히 천동설에 대한 설명 부분은 청소년용으로는 비교적 자세한 내용이라 조금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천동설에 대한 정확한 맥락 이해 없이 지동설혁명을 이해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기에, 천동설은 지동설혁명을 접하는 독자들이 ‘반드시 넘어가야 하는 7부 능선’ 같은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앞부분에 있는 천동설 부분만 차분히 읽으며 지나가면 뒤의 내용들은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남 영 작가의 인터뷰 전문을 확인하시려면
아래 사진을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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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다녀왔습니다│옥란재, 무수한 시간의 손길이 닿아 있는 곳
🌳메이우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저 메이우드는 3월부터 명상수련을 배워보는 중입니다. 집중력을 도둑 맞은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몸뿐만 아니라 마음과의 협조가 필요해 보여서였지요.(나이는 못 속입니다.^^;;) 그러던 중 5월 초에 엠티를 간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서 냉큼 신청했는데, 엠티 장소가 사진으로만 봐도 힐링이 되는 옥란재(https://okran.or.kr/)라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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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부도와 궁평항 중간쯤 되는 곳에 자리잡은 옥란재를 가려면 조금은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야 하는데요.(이곳을 지켜온 분의 인터뷰를 보니 화성시에서 길을 넓혀준다고 해도 거절하셨대요. 사람들이 호젓하게 찾아왔으면 해서요.) 그 길 중간쯤에 아늑한 공간이 숨겨진 보물처럼 펼쳐져 있었는데, 입구 작은 푯말에는 ‘책 읽는 사람들의 공간’이라고 씌어 있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이곳에 들어서니 ‘손길’이라는 키워드가 절로 떠올랐습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손자가 살았던, 낡았지만 정갈한 고택은 물론, 그 앞의 정원을 보며 부지런히 손길과 발길을 해왔을 분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쉬이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마음가짐도 자연스레 스몄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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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곳에서 여러 도반들과 함께 명상을 하니, 초심자인 저도 한낮의 꿈을 꾸고 깨어난 것처럼 머릿속이 말개짐을 느꼈습니다. 화창했던 첫날도 좋았고, 사진은 없지만 비가 내린 둘째날도 운치가 그만이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또 어떤 분위기일지 또 한번 찾아가보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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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漢)글자 아넥도트 │ 날 생生에 대하여
李甲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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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에누리 없는 바탕인 몸에 대한 장엄한 선언문 같은 <동의보감>의 첫대목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은 우주에서 가장 영귀한 존재이다.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의 형상을 닮은 것이고 발이 네모난 것은 땅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하늘에 사시가 있듯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고, 하늘에 오행이 있듯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다.”
인간을 지상에 내려보내고 그 불완전한 존재가 못미더웠음일까. 신이 잠깐 하늘에서 내려와 저술한 것이라는 <동의보감>. 그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通(통)이라고 한다. 통하면 살고 불통(不通)하면 죽는다는 것.
날이 밝았다, 라는 말은 이 육중한 지구가 한 바퀴 굴렸다는 뜻이다. 그에 맞춰 만물도 깨어난다. 아침에 일어난다, 라는 동작은 그에 맞춰 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는 뜻이다. 그렇게 새날을 시작한다. 사람들은 왜 아침에 두 눈을 뜨고 일어날까. 저마다의 이유가 하나씩은 있겠지만 공통적인 건 저 해와 저 달과 통하기 위해서이다. 몸을 밑천으로 살아가야 하는 나날들. 아침에 무거운 이불을 걷어차고 몸을 돌려 일어나는 건, 둥근 지구와 궁합을 맞추며 한 바퀴 구르는 것이다. <동의보감>의 저 대목을 정확하게 실천하는 행위인 셈이기도 하다.
그리고 누구나 하는 순서대로 하루를 준비하는 첫 동작으로 공중에서 떨어지는 풍부한 수압의 물줄기를 맞는다. 그렇게 샤워하면서 한번 생각해 본다. 이 작은 두 개의 눈으로 지상의 풍경은 물론 석양, 달, 별을 온전하게 보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 좁은 두 장의 발바닥으로 나름 무게 있는 몸이라는 건축물을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하며 유지하는 것, 또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
그러니 천하에서 가장 용해력이 좋다는 물에 대항하고 거뜬히 버티며 소용을 다한 머리카락, 살비듬이야 일부 떨어져 나가겠지만 먼지의 집적물(集積物)인 몸을 몸으로 건사하는 것에, 어쨌든 본인이 본인한테 한다는 게 대단히 우습기도 하지만, 놀라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 살아 있는 동안 이 딱딱한 먼지들에게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서 발바닥 두 장에 힘을 불끈 주면서 또 생각한다, 천하의 식물은 모두 쌍떡잎식물이거나 외떡잎식물이다. 시골의 마을 앞 수호신인 정자나무로 통칭되는 우람한 나무는 느티나무, 팽나무, 소나무, 귀룽나무 등등인데, 이들도 모두 손톱보다 작은 씨앗에서 출발해서 떡잎 두 장을 밑천으로 차츰차츰 공중으로 진출하여 오늘날 저 우람한 세상을 거느리며 마을을 굽어보게 된 것이다. 이런 누대에 걸친 이런 사실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서 떠올리는 건 ‘나무 木’이거나 ‘풀 草’가 아닌, 生이라는 한자.
날 生. 총 5획의 이 한자는 식물이 흙을 헤치고 두 장의 떡잎으로 지상에 나오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생의 기미와 활력을 단단히 여민 저 다섯 획은 동물의 팔다리가 아니라 식물의 나뭇가지에서 나온 것들. 이는 동물과 식물이 존재하는 방식에서도 알 수 있다. 입을 가진 동물이 외부에서 먹이를 조달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데 비해,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먹이를 내부에서 조달한다. 세상에서 독립영양을 하는 건 이동기관을 거추장스럽게 달 필요도 없고, 욕망덩어리인 동굴 같은 입은 아예 봉쇄해 버린 식물뿐.
生에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아주 근원적이고, 밀접하고, 긴박한 동작들이 들어 있다. 나다, 살다, 낳다, 태어나다, 기르다, 생활하다, 생생하다. 싱싱하다, (익지 않고) 날. 그래서 그런가. 아예 ‘삶’이거나 ‘사람’이라는 명사형의 뜻도 거느린 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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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지는 인상적인 도입부로 시작해 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출근하면서 보이는 저 강렬한 이미지가 있더군요. 대표님도 보셨을까요? 산비둘기를 쫓기 위해 설치한 독수리 사진인데요. 비둘기가 처음엔 고개를 돌리는가 싶더니 이제는 친구라도 된 듯이 정답게 얼굴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저번 서신에서는 "흐르는 강물에 몸을 두 번 담글 수 있다면"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회는 한 번뿐이며 인생은 지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헤라클레이토스의 그 말은 몹시 엄정하고 섬뜩해서 반감이 있었거든요. 삶이 아무리 잔인하다 해도 그런 말까지 담아둔다면 얼마나 사는 게 팍팍할까요? 그래서 오히려 몸을 여러 번 담글 수 있다는 대표님의 말씀이 따듯한 격려의 말로 남아 새겨두고 있습니다.
새로움도 그렇습니다. 전에 보지 못했던 것, 혁신적인 것 그런 것만이 새로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흐르는 강물이 새롭다면 새로운 물 때문이라기보다 강물과 인간의 인식이 관계 맺는 방식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술비평가 보리스 그로이스는 『새로움에 대하여』에서 결국 '새로움'이란 맥락이며, 기존의 환경/사물과 관계 맺기라는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너무 이야기가 거창하게 흘러가는데요. 제가 출판사에 새로운 사람인 것과 마찬가지로, 최근 입구에 둥지를 튼 비둘기도 새로움의 일종이라 여겨집니다.
비둘기는 아마도 알을 품고 있는 것 같아요. 찾아보니 비둘기가 찾아오는 사건? 에 대한 의미를 정리해둔 블로그가 있었습니다. 비둘기가 오는 집은 풍수적으로는 운수가 좋은 공간이며, 둥지를 틀면 재물운이 찾아오고, 마당에 있으면 기회가 날아든다고 해요. 영적인 의미도 따로 있는데요. 새로운 스테이지의 개막이라고 합니다. 큰 변화나 다양한 행운이라는데 앞으로 저희 궁리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실제로도 사정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5월이 되며 출판계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어요. 그 탓일까요? 아니면 그저 제 기분 탓일까요? 요즈음 대표님 얼굴이 밝아지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으로는 출판계에 오래 몸담은 베테랑이신만큼 이런 일에 일희일비하시지 않을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좋은 소식에 기쁨을 느끼신다면 저로서도 함께 기쁘겠습니다.
5월 5일 입하(立夏)가 지나고 더워지더니 비가 내리리고 다시 날이 쌀쌀해졌네요. 곧 여름이 온다는 게 믿기지 않는 날씨입니다. 요즘 날씨는 출판계만큼 전보다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표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일교차 주의하시어 항상 건강하시기 바라겠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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